짐을 꾸리자
[홋카이도-도쿄] 2일 - 삿포로 본문
<영화 'Love Letter' OST - Sweet Rumors>
여행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이 날은 10시부터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이 계획되어있어서,
느긋하게 출발하게 되었다.
<한 학기의 운명이 걸린 날>
하지만 보기좋게 망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빨간불..
(빨간맛~)
5학기째 수강신청 실패라서 덤덤할 법 한데,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흑흑..
결국 학기 시작 후 정정기간에 어떻게든 주워 담아서 20학점을 채울 수 있었다.
실패한건 실패한거고,
두번 째 날도 맑은 날씨 속에서 기분좋게 시작.
이 날의 첫 목적지는 홋카이도 대학이다.
홋카이도 대학은 도쿄, 교토 대학과 같은 제국대학 중 하나로,
편차치(입결)가 높은 상위권 대학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양대~외대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뜬금없이 행선지를 관광지가 아닌 대학으로 잡은 이유는
우리가 대학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본 학식은 어떨지 궁금해서였다.
또 학식은 저렴하기도 하고 ㅋㅋ
<대학 내 출입 차량을 관리하는 게이트>
학교는 오오도리 공원에서 북쪽으로 5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하지만 입구를 못찾아서 대학 전체를 한바퀴 돌아야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문을 찾아서 들어가려는 찰나,
게이트의 관리인이 관광객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보니까 허가차량 이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써있는데, 왜 못봤을까 ㅋㅋ
아무튼, 결국 차를 돌려 주차할 공간을 찾아야했다.
어디다 주차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정문 바로 앞에 유료주차장이 있었다.
ㄱㅇㄷ!
<홋카이도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준 MAZUDA DEMIO>
그렇게 유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여태까지 일본을 다니면서 수많은 유료주차장을 봐왔지만,
실제로 이용해본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당황했다.
" 이거 어떻게 써야되는거야? "
<주차요금 정산기>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억으로는 이렇다.
빈 자리에 차를 정차시키면,
바퀴 뒤에 위치하게되는 방지턱에서 철판이 스윽 하고 올라온다.
그리고 이용을 마치면 해당하는 주차장 번호를 누르고 요금을 넣는다.
그러면 영수증이 나오고, 차 바퀴 뒤에 올라와있던 철판이 도로 내려가게되어 차를 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차를 주차시키고, 대학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겨울철의 삿포로는 어딜가든 눈이 산처럼 쌓여있다.
한국이었으면 도심에서 이 정도로 눈이 내리면 대서특필이 될 텐데,
이 곳은 그저 일상일 뿐이다.
나도 어느 순간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됐다.
<홋카이도 대학 학생식당 건물>
1, 2층 모두 식당으로 보였는데, 어떤 기준으로 구분된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때가 12시 15분 쯤이었는데, 한창 점심시간 때 이므로,
학교 관계자(학생 및 직원) 이외에는 식사가 제한되었다.
그래서 오후 1시 이후에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학교 투어를 먼저 하기로 했다.
우리는 학교 내의 2차 목적지였던 포플러길으로 향했다.
이런 광경을 볼때마다 느꼈던 건, 맑은 날에 오게되어 정말 행운이라는 것.
도대체 어떻게 내리면 저렇게 무식하게 쌓일 수 있는건지..
도 예산의 30%가 제설에 쓰인다는 말이 농담같지가 않다.
(실제로는 2014년 삿포로시 기준, 연간 예산의 약 2%정도인 180억엔 정도를 편성한다고 한다.)
<겨울왕국, 그 자체>
한 15분 쯤 걸었을까, 포플러길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에 흰 눈이 쌓인 이 곳에서는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온다.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한 느낌.
원래는 저 아래에서 찍었어야했으나, 지나가야 할 길에 눈이 잔뜩 쌓여있어 그냥 위에서 찍었다 ㅋㅋ
사진도 팡팡 찍고, 야구경기하는 학생들에게 손 인사도 하면서 다시 학식으로 향한다.
<집밥, 그 자체>
일본 대학교 학식은 처음 먹어봤는데,
단일메뉴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반찬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서 집밥처럼 먹을 수 있다.
물론 단일 메뉴도 존재한다.
가격은 인당 400-500엔 선
우리나라 학식이 훨씬 싸긴 하다. ㅋㅋ
<복학생, 그 것은 혼밥의 길..>
식사를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어딜가든 눈은 상상 이상으로 쌓여있다.
기둥 위에만 눈이 살짝 남아있는데,
자연적으로 저렇게 쌓인건지, 아니면 일부러 제설을 저렇게 한건지
어느 쪽이든 신기할 따름
<삿포로 맥주원>
두 번째 행선지는 삿포로 맥주원
뒤에 있는 술통에는,
" 맥주와 홉을 제조하면 맥주라는 술이 된다. "
라고 쓰여있다.
뭔가 공부할때는 볼 수 없었던 히라가나가 적혀있어서 신기했다.
한글의 아래아처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글자인 듯 하다.
<서양 풍의 건물>
삿포로의 랜드마크와 같은 오래된 건물들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별이있는 걸 볼 수 있다.
맥주원 안의 전시관에 홋카이도 개척에 관한 역사가 설명되어있는데,
꼼꼼히 읽어본다면 저 별의 의미와 달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지나치지말고 꼭!!! 꼭!!! 읽어볼 것
* 맥주원에는 입장료가 있다.
<과거의 광고들>
전시장에는 시기별 광고가 걸려있다.
아마 1800년대 후반부터 현대까지의 광고를 모아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광고는 저 벽면의 뒷편에 전시되어있다.
<병 패키지의 변천사>
뒤로 갈 수록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삿포로이다.
<많이주세요 누나>
전시 마지막 구간에는 삿포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유료이며, 자판기에서 티켓을 뽑아야한다.
이때 여권을 제시했었나 어땠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챙겨가는 것을 추천.
<맥알못이라 맛 구분 못함>
삿포로라는 브랜드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있는 줄 몰랐다.
물론 흑맥주 등, 이 3가지 종류 이외에도 더 있다.
<Sapporo CM, "THE 맥잘알 삿포로">
맛있다.
같이 제공되는 견과안주도 맛있다. ㅎㅡㅎ
맥주원을 나와서 다시 약속의 장소, 오오도리 공원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세 번째 행선지인 구 홋카이도청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무슨 큼지막한 눈 조각이 있어서 찍어봤다.
파이널 판타지 광고용으로 제작된 듯 하다.
근데 뭔가 어색하다.
오후 4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해가 점점 저물어가는게 보인다.
사진의 얼음 건물은 태국인지 대만인지 다른 나라의 건물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오오도리 공원에는 이런 상점들이 쭉 늘어서있다.
일본인데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가 판매되고있다.
확실히 날씨와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홋카이도가 러시아와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을까?
<구 홋카이도청>
여기도 잘 보면 아까 말한 빨간 별이 달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기는 도청 뒷편이다.
<홋카이도청 정면>
안내해주는 누나(인지 동생인지)가 찍어줬다.
오빠~오빠~ 하던 걸 보면 저쪽에선 우리가 연상이라고 생각했겠지.
이땐 만 나이로 스물 둘이었는데.. 또륵..
인증샷만 박고 그대로 저녁을 먹기위해 스스키노로 향한다.
가는 길에도 얼음으로 된 전시물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얼음 슬라이더를 체험.
패딩을 깔개삼아 타니까 잘 미끄러졌다.
지금 알았는데, 뒤에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있었다.
<삿포로 시계탑>
스스키노로 가는 길에 삿포로 시계탑을 지나갔다.
여기에도 보이는 빨간 별
(빨간맛~)
내부는 별로 볼게 없어보여서 그냥 지나쳤다.
<왠지 유명한 NIKKA 전광판>
이번에야말로 징기즈칸을 먹겠다.
그 각오로 일부러 개점시간에 맞추어 식당으로 향했다.
징기즈칸은 쉽게 말하면 양고기 구이이다.
< 개점 ! >
오후 5시가 되자, 식당 문이 열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빈 자리를 채우면 대기줄도 많이 빠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줄은 길었다..
무엇보다 매장 크기가 1층에 15평 남짓해서 회전율이 아주아주아주... 낮았다.
긴 웨이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기승전GO>
결국, 포켓몬GO와 함께 다시 웨이팅을 시작한다.
별로 하지도 않던 게임인데, 얼떨결에 같이 하게됐다.
징기즈칸이나 GO 해주지.. 흑흑
<단체 먹방 LIVE>
그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유리창 안 쪽으로 보이는 군침도는 풍경을 보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드디어 입장!
<양의 히레(안심) 부위>
일단 기본적으로 양고기를 팔고있고, (어떤 부위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한정 메뉴로 히레(안심)를 팔고 있었다.
한정이래봐야 뭐 금방 떨어지겠나 싶었는데,
종업원분이 얼마 안남았다고해서 남은 만큼 다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데운 일본주와 생맥주, 히레, 일반 양고기를 주문했다.
주문하면 오토오시(お通し)라는 기본 안주를 내주는데, 이때는 이 안주에 대한 기본 문화를 잘 몰랐다.
나중에 1학기에 들은 일본어 과목에서, 일본 주점의 독특한 문화라고 배웠다.
들은 바로는, 강제로 지불해야만 하는 이 오토오시 문화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다고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추운 날씨에 긴 대기시간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버티고 들어갔기에 엄--------청난 기대를 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고기가 뭐 구우면 다 거기서 거기지.. 또륵..
가격은 주류 포함, 인당 2-3천엔 수준.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스스키노로 나왔다.
얼음 조각물들이 반겨준다.
한 쪽에서는 현장에서 조각을 하고있었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엔..
<가쓰오부시가 살아움직여요!>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동키호테에 들러서 먹을거리 및 선물 구입 사전 탐방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애들이 배가 덜 찼는지, 타코야끼 가게에 들어갔다.
덕분에 처음으로 일본에서 갓 구운 타꼬야끼를 먹을 수 있었다.
지금 껏 단 한번도 일본에서 먹어본 적 없는 ㄹㅇ 타코야끼.
편의점에서만 사먹었는데..
고맙다, 친구들.
타코야끼 먹고 바로 동키호테로 향했다.
역시 저녁에 먹을 간단한 음식거리와 주류를 샀다.
짐이 생겼다.
다음 행선지는 오오도리 공원의 테레비타워.
에 가기 전에, 주차장에 들러 방금 사온 야식거리를 두고 왔다.
<달이 밝다.>
다시 올라와서, 테레비 타워.
전망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표 4장 구입!
입장권 별로 그림이 다른게 인상적이다.
일본은 참 재밌는게, 만화 산업의 발달로 그림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서인지,
이런 쇳내나는 철제 구조물 조차 캐릭터화시켜서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대단하다.
정말 좋은 의미에서.
<이거 하나 보자고 그 많은 시간을 기다렸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테레비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오도리 공원의 모습.
타워 안에서도 전망대까지의 대기열이 엄~~~~~청 길고,
습하고 더워서 깊은 감흥은 없었다.
전망대라는게 원래 그런 모양이다.
이미 일본에 오고가면서 비행기라는 최고의 전망대를 타고왔으니 그럴 수 밖에 없나 싶다.
이제 내려가야지.
그 높은 건물에서 다시 내려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엘레베이터 탑승
2. 외부 계단을 이용하여 내려가기
나는 강력하게 외부 계단으로 내려갈 것을 권장한다.
<전망대의 핵심은 이 외부 계단>
건물 안에서 보는 풍경은 유리로 막혀있어서 얼룩도 보이고,
건물 안쪽이 비춰져서 제대로 보는데 방해요소가 있다.
하지만 외부 계단은 구멍 송송 뚫린 철망 말고는 방해요소가 1도 없다.
무엇보다 정말 시원하다.
건물 내부는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찜통이 따로 없었는데,
외부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모든 찝찝함과 불쾌감이 사라졌다.
다만, 건강상의 이유나, 고소공포증 등이 있다면 별 수 없이 엘레베이터를 타야겠지.
아무튼, 이렇게 둘째 날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집에 돌아와서는 사온 술과 안주를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해외 > 일본 17.02.08-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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