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꾸리자

호쿠리쿠 여행 1일차 - 가나자와 본문

해외

호쿠리쿠 여행 1일차 - 가나자와

갤러거즈 2023. 10. 21. 22:35

10년만에 초,중,고 동창 친구와 함께, 5박 6일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첫 날.
 
오늘의 하루를 한 문구로 요약하자면...
Just in time 이 아닐까 싶다.
 
좋게 말하면 대기시간 없이 착착 진행된 일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촉박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오전 3시 30분 기상하여
오전 5시 15분 인천공항 도착
오전 7시 10분 인천 -> 오사카 행 비행기 탑승
순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공항에서부터, 의도치않게 다소 촉박한 일정이 되었다.
먼저, 항공기 탑승부터..
 
국제선 출발이기에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였으나,
이른 아침 시간에는 출국장 게이트가 제한적으로 열리는걸 전혀 알지 못했다.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체크인 카운터에서 접수를 마치고, 약 200m 정도 늘어선 4번 출국장에 줄을 섰을 때는
출발 1시간 전인 6시 10분 쯤이었다.
하지만, 출국장 줄은 생각보다 길었고, 탑승 마감 시간까지 탑승동 게이트에 가지 못할 것 같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한참 기다리던 중, 6시 30분 쯤 5번 출국장이 운영을 시작했고,
10분쯤 더 지나서, 대기열을 4번 -> 5번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비교적, 4번보다 5번 출국장 대기열이 짧았기 때문..
그리고 이어서, 출국장에서의 진입을 얼굴 인식으로 간단히 해주는, 스마트 패스 줄이 아예 없음을 확인하고,
긴급하게 스마트 패스를 가입, 기내 수하물 검사 열로 진입했다.
그 안쪽도 줄이 상당히 길어서, 기내 수하물 검사, 자동 출입국 심사까지 마치니.. 7시가 되어있었다.
당초 항공사 카운터에서 탑승 마감이 6시 55분까지라는 말에, 다소 포기한 상태였지만,
다행히도 항공사에서 탑승 마감 전, 현재 위치를 물어보는 연락을 했고,
출국심사대를 막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 가까스로 탑승, 착석하고 다소 긴장을 풀고 있을 때, 그 이후로도 한 5분간 몇몇 팀이 내 뒤를 이어 탑승하였다.
인천공항은 오전에 출국장을 더 운영해야된다고 생각한다.. 2시간 전에 도착해도 아슬아슬하게 타야한다니.. 😥
 
아무튼.. 여러 어려움을 딛고 탑승한 비행기는 정시에 잘 출발했고, 9시가 되기 전,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 도착해서 역에서 호쿠리쿠 아치패스를 수령하고, 신오사카로 가는 JR 하루카 특급 지정석을 예약하여 오사카로 향한다.
하루카 탑승도, 거의 지체 없이 탑승, 출발했다.
 
한시간 정도 탑승 끝에, 신오사카역에 도착.
여기에서 가나자와행 JR 특급 썬더버드로 환승해야하는데,
주어진 환승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단순히 환승만 한다면 문제 없겠지만..
나와 친구는 오전 3시경 기상한 이후에, 약 11시까지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은 상태여서 간단히 요기할 거리가 필요했다.
당초에는 에키벤을 사서 먹으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지만..
에키벤.. 까지는 아니고 플랫폼 위층에 올라가면 있는, 역 내의 적당한 도시락 가게에서 적당한 도시락을 사왔다.
별 것 아닌 도시락이지만, 어째 가격이 매서웠다. 약 1200엔 정도..
친구도 어찌저찌 도시락을 사서, 급하게 썬더버드가 출발하는 4번 플랫폼으로 뛰어들어가,
자유석 칸으로 빨려들어갔다.
 
캐리어를 차내 가장 후미 부분에 모셔두고, 사온 도시락을 열고 있는 데,
대각선 뒤에 계신 일본 남성 분께서 톡톡 건드리시더니,
바닥에 떨어진 레일패스를 주워주셨다.. 챙겨가라고..
교환학생 첫 날 신칸센을 탔을 때도, 신칸센 티켓을 열차 내에 떨어뜨린 것을 뒤에 계셨던 일본 분이 주워주셨었는데..
어째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게 없는 듯 싶다..
여전히 덜렁대는 나도, 그리고 사람들의 친절함도.
 
그렇게 신오사카에서 가나자와까지, 약 3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다시 달렸다.
가는 열차 내에서, 오늘의 계획을 정비하고, 그리고 나는 다음 날 있을 계획을 정비했다.
(다음 날 예정인, 도야마에서의 구로베 협곡 열차 예약을 해야하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최소 2일 전까지 예약해야해서, 당일에 표가 남아있기를 바라며.. 기도메타로 가기로 했다.)
 
가나자와에 도착해서는, 날씨가 좋던 오사카와 다르게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고,
10분 정도 지나니, 하늘의 추적함은 남아있었지만, 비는 그쳤다.
 
그리고 15분 정도 걸어, 정확히 숙소가 체크인을 개시하는, 오후 2시에 숙소 (Hotel Forza Kanazawa)에 입성했다.
카운터의 여직원 분이, 한국어 응대가 꽤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껏 일본에서 호텔 체크인 시, 한국어로 응대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국어로 체크인 시도를 안해왔어서 그럴 수 있었겠지만.
 
아무튼.. 객실키를 받아 8층의 방에 간단히 짐을 풀고, 상의를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관광 일정을 시작했다.
가나자와의 관광 스팟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상호간 인접했는데,
그래서 별도의 교통수단대신 멀쩡한 두 다리로 걸어다녔다.
 

가까워서 2만보를 걷게됐다



첫 행선지는 가나자와 성.. 이지만
가는 길에 오미쵸 시장이 있어, 살짝 들렀다 갔다.
맛보기로만 풍경을 보고 지나갔는데, 타치노미 비스무리하게, 간이 책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조개 관자와 신선한 생굴, 사시미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거기에 맥주 같은 술도 겸할 수 있게 했는데, 보자마자 너무 탐스러워서 먹고 싶었으나..
계획해둔 일정이 있었고, (가나자와 성, 겐로쿠엔의 마감시간이 있었다.)
오미쵸 시장은 저녁에 들러서 식사 예정이기에, 스쳐지나가기로 했다.
 
이제와서 쓰는 말이지만, 여태까지의 다른 일본 관광지와는 다르게, 가나자와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아---주 적었다.
 

출처 :  訪日ラボ -  石川県のインバウンド事例

실제로 통계로도 그렇고, 서구권 관광객이 주를 이루었다.
오늘 하루종일 가나자와에서, 친구와 나를 제외하고는 한국인 관광객을 단 두 쌍을 봤다.
접근성이 좋은 아시아권과는 달리, 쉽게 일본을 방문하기 어려운 서구권 관광객들은 장기간에 걸쳐 일본의 구석구석을 보고 간다고 한다.
마치 한국 관광객들이 유럽을 방문할 때, 장기간에 걸쳐 방방곡곡 유럽을 뒤지 듯.
 
도중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지만.. 다시 돌아오자면.
오미쵸 시장을 스쳐지나, 숙소로 도보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16세기에 건축된 가나자와의 성에 도착했다.
가나자와 성은, 흔히 떠올리는 일본의 성들과 달리 (오사카 성, 히메지 성 등) 천수각이 없는 형태였다.
성 내부에 들어가, 전시된 내용에 따르면, 두번의 대화재를 거쳐 소실된 성을, 메이지 시대의 사진 이력 등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 지금의 형태라고 한다.
또, 성의 기와 부분이 흰색으로 되어있어 의문이 있었는데, 성 내부에 설명된 내용에 따르면, 목재 위에 납을 덧씌운 방식으로 기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 성에 대한 큰 인상이 남는 점은 없었다.
깨끗하게 잘 복원되어있었고, 고령의 안내원 분들이 근무하고 계신다는 점.. 그리고 지금 시즌에는 야간에 라이트업 개장을 진행한다는 점 정도..
 
성 관람을 마치고, 바로 앞에 마주하고있는 겐로쿠엔에 들어갔다.
성 내부 관람권과 겐로쿠엔 입장권을 묶어 500엔에 판매하고 있어서, 별도의 금액 지불 없이 입장했다.
이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가 내리는 동안에 구경이고 뭐고 그냥 동선따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정원 내부에 가장 큰 연못으로 다다랐을 즈음, 비가 개고 걷힌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과 해가 비쳤다.
그 때 쏟아지는 빛이, 하루 종일 고생하고 조금은 지쳐있던 내 마음가지 비추는 듯 했다.
(빛이 잘 받아 사진이 잘 나온 것도 한 몫 한 듯 하다.. 🤭)
비도 멎고, 빛도 비추는 김에 겐로쿠엔을 잠시 더 감상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길목에, 금박을 덧씌운 아이스크림 매장이 있어, 친구의 권유에 따라 나도 하나 베어물고왔다.
금박 덧 씌운 아이스크림이 1100엔인 것도 충격이나.. 어느 정도 관광, 체험의 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만,
플라티나(백금)를 덧 씌운 아이스크림이, 그에 배가 되는 2200엔에 팔리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제와서 생각 해 보면, 금박 덧 씌운 아이스크림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게 해서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술이지 않았나 싶다.
 
금박 아이스크림으로 뱃가죽에 의도치않게 금칠을 하고, 다음 일정인 21세기 미술관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와서 굳이 미술관..? 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의 전시 관람도 나쁘지 않을 듯 하여 전시장 안에 들어갔다.
미술관 치고, 전시장을 한번 훑으니 고작 30분 정도 시간 밖에 안지나서 내심 놀랐다.
그래도 전시 내용들이 이목을 끄는 것들이어서, 입장료가 아까운 수준은 아니었다.
현대 미술 작품들의 전시였는데, 기억에 나는 작품은 네온으로 표시한 아래의 문구가 있었고,
"北極グマとトラは一緒に戦うことはできない。"
(북극 곰과 호랑이가 같이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메시지 보다 전달하는 형태(Form) 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네온이라는 표현 방식을 택하여 의미 전달을 했다는.. 
친절한 작품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 작가로 보이는, 작가 이불의 다소 괴기한 인체 조직같은 그림들이 있었다.
 
그 다음 전시장의 대략적인 순회가 끝나고, 가장 인기있다는 수영장 전시물에서 수영장 아래에 들어간 사람들 구경 좀 하고,, 미술관을 빠져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저녁 식사를 위해, 오미쵸 시장으로 향했고, 가는 길목에 있던 한 신사에 들러 간단히 둘러보고 나왔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한 탑 비슷한게 있는 신사였는데, 신사와 스테인드 글라스의 조합이라니..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다시 오미쵸 시장으로 향하고.. 시장에 갔더니, 몇 개의 식당을 제외한 가게들이 모두 닫은 상태였다.
그 몇개 안되는 식당들은 모두 대기줄이 있었고, 그 중, 가장 대기줄이 빨리 사라진 사시미야 라는 가게로 스르륵 들어갔다.
더 이상 탐색하고 그런 것에 지치고, 결국 어느 가게나 해산물을 판다는 점에서 특별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대충 스윽 들어갔다.
 
2층 가장 깊숙한 자리로 안내받고, 나는 사시미야 정식을, 친구는 사시미야동을 시켰다.
거기에 사시미 모리아와세 1인분, 뭐시깽이 꼬치를 추가해서 저녁을 먹었다.
하이볼을 시켰는데, 역시나 기대하던 그 맛이서어 너무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는 왜 인지 모르겠지만, 달달한 하이볼을 파는데, 단촐하게 위스키에 탄산수만 섞은 듯 한,
단맛 없는 일본의 하이볼이 너무너무 그리웠었다.
이어서, 생맥주를 시켰는데 목넘김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하루의 피로가 생맥주와 함께 부드럽게 목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둘이 식사를 마치니 9500엔 정도.
한국에서도 특별한 날 아니면 이정도 식사는 하지 않는 편인데, 돌이켜보면 너무 과다 지출을 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늘 상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아시웠던 부분은 여행지에서 식비에 너무 인색했다는 것..
10년 전, 함께 떠났던 이 친구와는, 8박 9일간 일본 여행 중에 편의점 도시락과 역 내에서 판매하는 빵으로 끼니를 때웠었는데,
10년 뒤 다시 떠난 일본에서, 당시의 돈 없는 학생의 서러움을 훌훌 털어버리 듯, 먹어보고 싶은 대로 주문해서 먹었다.
결과는 역시나 대 만족..
이런 순간순간의 기쁨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는게 아닌가 싶다.
 
그 뒤로는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정리하고.. 숙소에 있는 발마사지좀 가지고 놀다가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하루 있었던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7시쯤이었고, 일찍 돌아와서 쉴 수 있으니, 다소 가혹했던 하루 일정도 달달한 맺음이 가능했다고 본다.
 
당장 내일은 도야마로 넘어가 구로베 협곡열차에 도전해야하는데..
열차 티켓이 없을 것 같아 (90% 정도) 좀 걱정되고, 그렇게 되면 그날 일정을 어떻게 보낼지 또한 고민이다.
일단 내일은 호텔식 료칸 숙박이라.. 온천 마을 구경하며 료칸에서 적당히 하루 때우기도 괜찮을까 싶기도하고..
 
또 3일차 일정(알펜루트)도 조금 더 알아보다가 자야겠다.
 
좀 길었던 하루고, 아직 좀 더 남았지만, 꽤 괜찮았던 여행의 시작이다.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02.08~19] 홋카이도x도쿄 여행영상  (0) 2017.05.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