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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4일차 기록 - 비에이, 후라노

갤러거즈 2017. 2. 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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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기상하여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촬영 컨셉은 비틀즈의 Please please me.

지하1층, 지상2층의 집을 통째로 빌렸는데도 아무런 사진 없이 떠나기는 아쉬웠다.

집을 나서면서도 집 앞의 눈으로 만들어진 담 앞에서, 그리고 집과 차를 배경으로 또 찍었다.

그렇게 아사히카와로 출발한다.

오늘은 친구 박씨가 운전대를 잡는다.

차 짐칸에 캐리어를 두개 싣고, 뒷자석 아래 남은 공간에 다른 트렁크 두개를 마저 싣는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교통비를 줄이려면 별 수 없다.

액션캠을 차 앞에 설치하고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출발했다.

DSLR 을 가지고 이리저리 노는 도중, 갑자기 렌즈와 통신 불량이라는 메시지가 액정에 표시된다.

전원을 껐다 켜니 문제없이 작동한다.

차가 고속도로에 오르자 속도감이 느껴진다. 창을 열고 카메라를 내민 채로 동영상 촬영을 잠깐 한다.

귀국하고 나서 여행기록을 정리하는 영상을 제작할때 사용하기 위함이다.

영상을 촬영하고, 카메라를 잠깐 껐다 켜니, 같은 에러 메시지가 나온다.

이번에는 껐다 켜도, 렌즈와 바디의 접촉 단자를 닦아도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렌즈의 조리개 부분, 어셈블리 고장으로 수리를 받은 블로거들의 기록들이 보인다.

수리기간은 보통 1~2일 정도 걸린다고한다..

렌즈를 분리해 보니, 조리개로 보이는 듯 한 부분이 렌즈 중앙에 고사리 끄트머리마냥 구부러진 채로 박살나있었다..

오늘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기로 단단히 벼룬 날이었는데, 하필 이런 타이밍에 렌즈 고장이라니..

하는 수 없이 렌즈를 구매하려고 캐논 표준렌즈 가격을 검색한다.

한국 인터넷 최저가는 85,000원

아사히카와의 카메라 매장을 검색해본다.

'카메라노 키타무라' 매장이 검색된다. 전국적인 체인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서 18-55mm 3.5~5.6 표준 줌렌즈를 검색해봤다.

가격은 약 25,000엔.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지점들 중, 단 3개의 지점에서 해당 상품의 중고품 재고가 있었는데, 지금 가는 도시인 아사히카와 지점이 그 중 하나였다.

가격은 세금 포함하여 약 9000엔.

숙소 옆 차고에 짐을 내리고 (후에 이와 관련하여 경찰서에 방문하게된다..) 바로 매장으로 향한다.

숙소 이후부터 후라노까지는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카메라 매장에 도착하고, 다행히 인터넷에서 본 재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게도 친구들이 2000엔씩 지원해준다고 했다. 실제로 공금에서 렌즈 대금을 지불했으나, 결국 거절하고 내 돈으로 지불했다.

렌즈고장에는 어느정도 내 잘못도 있고, 무엇보다 내 물건이기 때문에 지원받는건 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후에라도 이와 관련하여 서로 불편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고..

여행자보험을 통해 관련부분은 보상받는 길을 찾기로했다.

카메라 구입 후, 기름을 가득 채웠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어느정도 연세가 있으신 주유소 직원께서 손자뻘 되는 우리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해주시는 걸 보자니, 일본의 고객 우선의 영업정신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마케팅 서적에서 보이는 MOT의 우수한 사례들이 일본에는 일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비에이를 향해 출발.

첫 목적지는 세븐스타나무였다.

세븐스타 나무에 도착하니 사방이 흰색이고, 사진 촬영하는 여러 관광객들이 보였다.

우리도 여러 사진을 촬영하고 다음 스팟으로 이동했다.

다음은 켄과 메리의 나무.

단지 평원에 나무 하나 서있을 뿐인데, 어찌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지.. 역시 이번에도 사진 촬영.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주차장에 주차를 했기때문에, 촬영 후 카페에 들러 가볍게 음료를 마시고 다음 스팟으로 향한다.

이번 도착한 곳은 마일드세븐 언덕.

러브레터의 명대사인 오겡끼데스까- 를 외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고, 사진도 여러장 찍고 다시 돌아왔다.

입자가 고운 눈이 내려서 무척이나 추웠다.

다시 차에 올라타고 이번에는 후라노의 흰수염 폭포로 향한다.

날이 어두워 생각보다 물의 채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으나, 나름 볼만했다.

흰수염폭포는 물줄기 위에 있는 철교에서 전망하는 방식인데, 철교를 건너게되면 어딘가로 이어지는 계단을 볼 수 있다.

이 계단. 안올라가는걸 추천한다.

꽤나 오래 걸어올라갔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마땅한 것은 없었다.

계단을 내려와 흰수염 폭포를 떠난다.

목적지를 바이코우겐 이라는 유명한 라멘집으로 설정하고 다시 차에 올라탄다.

이번에는 친구 김씨가 운전대를 잡는다.

한두시간정도 가니 목적지에 도착. 평소에는 대기시간이 길다는 집인데, 운좋게 기다림 없이 바로 매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홋카이도 3대 라멘이라는 아사히카와의 소유 라멘.

나머지 두 라면은 아마 삿포로의 미소, 하코다테의 시오 라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소유차슈라멘을 시켜먹었다.

식사 후 낮에 들렀던 카메라 매장 근처의 마트에 들러서 가볍게 안주거리를 사고 숙소에 돌아왔다.

그리고 낮에 짐을 잠깐 내려놓았던 칭고에 가보니 짐이 온데간데 없다고 친구들이 숙소 문따고 있는 내게 황급히 달려와 이야기한다.

무슨소리인가 하고 현장에 가보니 없던 차가 들어와있었다.

아차 싶었다. 착각하고 다른 집 차고에 짐을 내려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차고와 가장 가까이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노부부께서 나오셨다.

차고에 있는 캐리어들 본적이 없는지 물어봤다.

봤다고, 경찰 지구대에 연락해 분실물 신고를 했다고 말씀하셨다.

짐의 행방이 밝혀졌다.

찾아갈 셈으로 지구대가 어디있는지 물어봤더니, 번거로울테니 지구대에 연락하여 가져오도록 연락하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집으로 들어가 앉았다.

집에 들어가 앉아서 집주인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부인께서는 우리를 위해 차까지 내주셨다.. 완전 감동..)

여행 계획이나 한국의 이런저런 일, 군대 관련한 일에 대해서 얘기했고, 여행지에 관한 정보들도 알려주셨다.

곧 이어 경찰 분께서 연락을 받고 오셨고, 간단한 사항을 물어보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연락처를 적고 우리 넷을 경찰차에 태워 지구대까지 데려갔다.

한국에서도 민원 관련 사항이 아니면 방문한 적이 없는 경찰서에 가게되다니..

물론 죄를 짓거나 해서 간 일은 아니지만, 참 별일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름 긴장된 상태로 지구대 문을 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지구대의 경찰분들이 정감가고 재치있는 어투로 이야기 해주시니 쌓였던 긴장이 점차 풀렸다.

지구대에서 캐리어 내용물을 말하고 여권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수령증이라고 적힌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잠시 잃어버렸던 짐들을 되찾았다.

지구대를 나오는 길에, 우리를 지구대로 데려다주셨던 경찰분께서 본인은 한국을 좋아하며, 이런 일로 일본을 싫어하지 않게되었으면 한다고 말하셨다. 

일본어 공부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드는 사건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마트에서 사온 양고기와 맥주, 계란을 먹고 하루를 정리했다.

나름 다이나믹한 하루.

이런 일들도 여행의 재미로 생각하라는 옆집 할머니의 말이 참 와닿았다.

내일은 스키장과 소운쿄 빙폭축제에 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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