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일, 까미노 0일차 팜플로나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떠날 채비를 했다.
오전 9시에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보고 연락한 한 여행자분께,
벌레회피스프레이인 '비오킬'을 받기로 약속했다.
마침 팜플로나행 렌페를 타기위해 산츠역에 가야했으므로, 숙소가 주변에 있다던 여행자분과 만나기는 수월해보였다.
혹시라도 먼저 오실까 하여 받는 입장인 나는 30분 전에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기로했다.
아홉시가 되고 그분께 카톡을 몇번 보내봤지만 확인하는 기색이 없어 근처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기로했다.
가벼운 아침메뉴.
국제기업 맥도날드의 보장된 맛은 나를 실망시키는법이 없지.
식사를 다 마치는동안에도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열차 탑승시간을 20분 남겨두고 짐검사를 받고 게이트로 향하는데..
짐검사를 받고 2분후에 연락이 온다.
늦잠잤다고 죄송하다며.. 주륵
조금만 더 일찍 연락하셨으면 받아갔을텐데
아쉽지만 베드버그 퇴치용 비오킬 없이 까미노길을 걷기로 했다.
정 고생한다 싶으면 나중에 약국에서 사면 되니까.
그렇게 산츠역에서 10시 5분 팜플로나행 렌페를 탔다.
렌페 탑승시 종이로 된 탑승권이 꼭 필요하므로 사전에 프린트해 가길,..
정 시간이나 여건상 프린트가 힘들다면 좀 일찍 역에 도착해서
역무원이나 직원에게 부탁하면 뽑아 줄지도 모른다.
처음에 종이티켓 꺼내기가 귀찮아서 핸드폰에 있는 티켓을 보여줬더니,
짐검사할때는 통과했지만, 게이트로 들어갈때는 종이티켓이 있어야한다고 하더라.
직원분이 종이티켓이 없으면 따라오라고 하던데, 나야 뭐 미리 뽑아둔 티켓이 가방속에 있었으니까.
팜플로나 행 렌페의 창 너머로는
무슨 사막 비슷한 분위기의 지형이 계속 이어졌다.
4시간정도 렌페를 타고, 13시 55분경 팜플로나에 도착!
이제 사전에 미리 신청해두었던 대학까미노 끄레덴시알을 수령하기위해 나바라 대학으로 향한다.
나바라대학은 역에서 도보로 30분에서 1시간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처음엔 버스를 탈까 하다가, 여러번 환승해야하고 걸리는 시간도 크게 차이가 없어서 걷기로했다.
걷다보니 좀 더워져서 입고있던 후리스를 가방에 넣어두고, 반팔차림으로 걸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걷다보니..
짠
나바라대학에 도착!
본관가는 길목에 아깽이가 한마리 있더라.
사람이 있는데 도망가지않길래 좀 귀여워해주려고 했더니
그새 배수로 속으로 들어간다.
한국인이 정말 많이오는 것 치곤 한국어가 없는게 좀 아쉬웠다.
나바라대학에 도착하더라도 정작 끄레덴시알을 받는 건물이 어딘줄 몰라 고생 좀 하겠거니 했는데,
다행히 알기쉬운 안내판이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여기서 받으면 된다.
본관 수위실에서 받으면 된다는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했는데,
어째 잠겨있더라.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날이 토요일인지라 학교도 휴업일이 아니었나싶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서성이고있더니 청소하시는분이 순례자냐고 물어보고 잠깐만 기다리라고하신다.
그리고 잠시후에 경비실인지 당직실인지 창문이 열리고
당직자분이 내 앞으로 발행된 봉투를 열어봐도 되겠냐고 한번 물어보고,
내용물인 끄레덴시알과 각종 안내 팜플렛을 건넸다.
대학순례자여권도 받았겠다,
이제 알베르게로 향한다.
알베르게로 가는 길..
가는 길목에 있던 관공서처럼 보이는 건물
예뻐 예뻐
디뷰타시옹 데 나바라?
경찰서같기도 하고.,
시립 알베르게
Jesus y Maria
저렴하고 시설도 준수하다.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있었는데,
한국인 4명과 여러 외국인이 줄지어 들어왔다.
까미노길에서 처음 만난 이 분들은 30일간 길에서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했고,
이 인연으로 여행을 마치고도 연락을 이어가고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당시에는 처음보는 분들과 있기가 너무 어색했다.
군대까지 다녀와서 낯을 가리다니 참 부끄럽구만ㅋㅋ
아무튼 결국 오스피탈레로에게 식당추천을 받고 저녁 식사를하러 밖으로 나왔다.
알베르게로 나와 광장방면으로 걸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고있었고, 광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북적여갔다.
간단한 저녁식사와 생맥주 한잔.
이날 먹은 이 맥주가 여행기간동안 마셨던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그맛..
아무튼 식사는 총 8유로.
나름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광장으로 돌아왔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어딜가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나타낸 동상.
매년 7월, 흰 복장에 빨간 두건을 두른 사람들이 소와 함께 나뒹구는.. 것이 산페르민 축제.
출처 : http://blog.daum.net/krips/16854999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축제가 아닐까?
아쉽게도 산 페르민 축제와 함께할 순 없지만, 스페인의 음식은 언제든지 이자리를 지키고있다.
내 손에 붙들려있는 이 본 고장의 츄로(츄러스) 처럼.
설탕을 아주 들이부으시더라
맛있었어
여기서 사먹었다.
어느덧 완전한 밤이되고, 광장은 크리스마스 기간을 듬뿍 즐기려는 가족들과 연인들로 가득찼다.
뭐 나야 혼자였지만, 혼자라고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지.
이번엔 광장 근처의 시청으로 향했다.
건물 자체도 정말 예뻤지만,
조명 장식은 뭔가 한겨울 밤에도 따뜻한 느낌을 줬다.
시청 근처의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한잔 시켰다.
가격은 1.5유로 정도
스페인의 커피는 우리가 알고있는 명칭과는 약간 달라서 미리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에스프레소, 까페 콘 레체, 카페 라르고 정도.
사진은 까페 라르고를 주문한 것.
일반적인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까페 콘 레체는 까페라떼와 뜻이 같다.
큰 컵에다 따라줘서 다른 까페나 바에서도 다 이렇게 줄줄 알았는데,
어떤 바에서도 이렇게 많은 양을 받지는 못했다 ㅋㅋ
물 많이 넣어달라고 해도 작은 컵에 나온다.. 주륵
테이크아웃이어서 큰 컵에 줬던건지.. 아무튼 맛만 있으면 됐지 뭐.
이 까페였다.
팜플로나 시청옆에 있다.
식후 커피도 한잔 했겠다,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간다.
그 전에 알베르게 앞에 있는 성당에 잠깐 들렀는데, 마침 미사시간이길래 살짝 분위기만 느끼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3층 식당에서 아까전의 한국분들과 외국인들이 같이 식사를 하고있었다.
이미 배부르게 먹고왔지만,, 음식을 기꺼이 나눠주시길래 기쁜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까미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