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여행] 1월7일 - 9일
1월 7일
아스토르가 -> 폰세바돈
비가 애매하게..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분 날.
바람도 차갑고, 날씨도 안좋고..
길은 계속 오르막길에, 멘탈이 흔들린 날.
더군다나 오는 도중에 무슨 바에 들어가서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해서 기분도 안좋아지긴 했는데,
오히려 취기를 이용해 아픔도 잊고 힘차게 오를 수 있었다.
또 정산 과정에서 지출 내역과 맞지않아 기분이 좀 상했는데,
저녁 맛있게 먹고나서 돈에 연연하지않고 까미노를 이어가기로 했다.
알베르게는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상당히 당황했는데,
저녁을 먹고나니 나름 사랑스러운 알베르게인 듯 하다.
저녁을 먹을 때는, 알베르게 안의 각국의 순례자가 함께 모였다.
러시아인 친구가 뭘 자꾸 끄적이고있길래, 물어보니 내 얼굴을 그리고있었다.
되게 몰래몰래 그리던데 ㅋㅋㅋ 그냥 편하게 그리지 그랬니
아무튼 좋은 기념품이 되었다.
1월 8일
폰세바돈 -> 폰페라다
고도 1400m에서 다시 지상으로..
가는 길에 철 십자가에서 사진을 찍고, 쭉쭉 내려갔다.
초반 길에는 비가 없었지만, 산 중간에 걸쳐있는 구름 속을 뚫고 폭우를 헤쳐갔다.
거의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폰페라다 7km전 마을에서 '여기가 폰페라다구나...' 하고 좋아하다가 아닌걸 깨닫고 엄청난 상실감이 몰려왔다.
결국 그 망르 바에서 멘탈을 부여잡고 더 걸어서 마침내 폰페라다에 도착!
수환이형 생일 만찬을 거하게 때렸다.
간만에 (라고 해봐야.. 8일만에) 기분좋게 취하고, 배도 채우게 되었다.
1월 9일
폰페라다 -> 트라바델로
오전 7시 15분경 출발.
새벽 별을 바라보며 산뜻하게 출발.
일출이 정말 아름다웠고, 동시에 무지개까지 멋들어지게 걸쳐있어 출발은 정말 좋았으나,
도중에 대현이형이 몸상태 이상으로 라면집 있는 마을의 알베르게에 머물게 되었다.
우리는 그대로 라면을 먹고 비를 홀딱 맞아가며 계속 걸었다.
가는 길에 잠시 들린 (비야프랑카.. 였을 것이다) 바에서는
바 주인의 넓은 배포에 감동하였고,
그 힘을 원동력으로 트라바델로까지 갔다.
트라바델로 가는 길에는 중간중간에 0.5km 남았다는 표지판이 계속 세워져있어서, (그 표지판 이후로 3km는 걸었다)
참으로 화가 났으나, 알베르게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었다.
저녁은 순례자 메뉴로, 살면서 처음으로 토끼고기를 먹었다.